디어 드로잉 II <더듬고, 따라가, 들어 올려, 툭!>
박형지, 배종헌, 보이첵 길레윅, 사샤 폴레, 신석호, 홍이현숙
전시기간: 2025년 7월 21일 (월) - 8월 10일 (일)
오픈시간: 1-7시, 7/28(월)과 8/4(월)은 휴관.
기 획: 낫씽이즈리얼, 이소영
프로젝트 공간 낫씽이즈리얼. 서울시 종로구 혜화로 9길 7, 3층
“당신은 어떤 드로잉을 하고 있습니까? 당신에게 드로잉은 무엇입니까?”
2024년에 열린 <디어 드로잉>전은 프로젝트 공간 낫씽이즈리얼에서 기획한 첫 드로잉 전시였다. 당시의 기획 의도는 ‘그린다’라는 드로잉의 본질적인 행위와 재현 방식에 초점을 맞추었다. 올해 두 번째로 여는 <디어 드로잉 II: 더듬고, 따라가, 들어 올려, 툭!>은 목적과 제한 없는 과정에 집중한, ‘감각적 사고와 수행적인 태도로써의 드로잉’을 조명한다.
이 전시에서 우리는, 드로잉을 ‘작가의 수행적 실천, 흔적을 따라가거나 남기는 축적된 시간, 때로는 길 위에서 동전을 던져 방향을 정하는 것처럼 즉흥적인 감각의 흐름’으로 상정했다. 이는 결괏값을 산정하고 의도한 대로만 이끌어가는 여정이 아니라 손에, 다리에, 온몸에, 또는 사물에 일정 부분의 의지를 양도한 채 나아가는 길이다. 따라서, 드로잉이 단순한 조형 행위를 넘어, 수행적 시간과 무목적성의 공간을 열어가는 여정으로 제안된다. 드로잉은 흔히 종이 위의 선처럼 형상의 기초로 여겨지지만, 이곳에서 드로잉은 하나의 형식이 아닌 지각의 방식, 혹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즉, 드로잉은 손끝의 기술이 아니라, 반복과 시간, 관계와 밀도의 문제다.
전시의 모든 작업은 수행적인 태도에서 출발해서 감각적으로 움직이고 연결된다. 목적지보다 방향에 가깝고, 결과보다는 관계와 흔적에 가치를 둔다. 반복, 누적, 망설임, 즉흥, 움직임 등 드로잉의 내적 속성이 영상의 프레임 사이, 설치의 구조 속, 페인팅의 레이어에 담긴 채 감각이 머무는 자리를 만든다. 이는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일괄적인 확신 없이 그려 나가는 존재의 태도와도 닮았다.
보이첵 길레윅(Wojciech Gilewicz)의 공간을 떠도는 박스, 큐보이드는 의미의 중심을 비켜 나간 오브제로,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확장하며 고정된 장소와 역할에서 이탈한다. 허물어진 예전 집의 자재를 다시 조립한 신석호의 설치 작품은 거주했던 시간의 잔향을 품고 있으며, 완결된 형태보다는 축적과 흔적, 몸의 개입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샤 폴레(Sascha Pohle)는 문화적 잔재의 층위를 조형적으로 엮는다. 세라믹 위에 그물 가방의 흔적을 새긴 표면은 촉각의 기억을 시각적으로 번역하며, 이를 받치는 스티로폼 부표는 또 다른 장소에서 마모된 시간을 암시한다.
중력을 거스르며 바위를 오르는 홍이현숙의 몸은 선을 그린다. 도구가 아닌 몸으로 긋는 이 궤적은, 화면 위에 고정되지 않고 영상 속에서 부유하고 망설이는 선의 흐름으로 남는다. 바위와의 접촉, 불상의 표면을 따라가는 손의 움직임은 드로잉의 확장된 형식이자 수행적인 감각의 기록이다. 배종헌은 직접 만든 드로잉 툴박스를 들고 이동하며, 나무 프레임 안에 들어온 콘크리트 바닥의 단면을 드로잉 한다. 프레임이 제한하는 지각의 경계 안에서, 우리는 작가의 시선과 그가 감지하는 세계를 따라간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박형지의 회화는 캔버스에서 종이로 옮겨 왔다. 종이 위에서 직관적으로 펼쳐지는 이 작업은, 반복되는 붓질과 물질의 잔류를 통해 감각과 사유가 만나는 순간을 붙잡으려는 회화적 탐구다.
이처럼 각기 다른 매체와 형식 안에서 작가들은 ‘드로잉적’ 감각을 실천한다. 그것은 몸의 움직임으로, 사물의 배열로, 시간의 밀도로, 혹은 관계의 잔상으로 드러난다. 드로잉은 이 전시에서 형식이 아니라 하나의 태도이자 행위, 그리고 존재 방식이다. 이 열린 태도와 완결되지 않은 흐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이해하기보다, 오히려 함께 머무르고, 따라 움직이며, 조용히 감각하도록 초대된다.
- 글. 이소영

홍이현숙 작가

홍이현숙 작가

사샤 폴레와 신석호 작가

사샤 폴레와 박형지 작가

배종헌 작가

보이첵 길레윅과 신석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