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갤러리 도스 기획
김연호 ‘섬’
2025. 06. 11 (수) ~ 2025. 06. 17 (화)
1. 전시 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김연호 ‘섬’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F)
■ 전시기간: 2025. 06. 11 (수) ~ 2025. 06. 17 (화)
2. 전시 서문
공간의 예술적 포착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공간은 일상생활에서 많은 역할을 한다. 휴식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기능으로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제 소임을 다하면 쓸모를 잃고 버려진 채 남겨지게 된다. 역할을 잃은 장소는 버려진 그대로 존재하고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채 우두커니 놓인다. 김연호 작가는 이러한 공간의 폐쇄성과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빈터의 특성에 주목한다. 작품은 지형지물의 물리적 위치와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소외된 대상만이 지닐 수 있는 고정적인 순간을 담고 있다. 분주한 바깥세상 속 쉴 새 없이 활성화되는 곳에서 벗어난 독립적 공간들은 유동하지 않고 정적인 상태로 잔존한다. 작가는 고립된 자리를 응시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져 마치 시간이 분리된 것 같은 심리를 느끼고, 그때 현장에서 직감한 불안정함과 안정을 작품에 반영한다.
작품은 더 이상 실용적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장소가 외려 복합적인 감각과 내적인 사유를 일으킨다는 점을 내포한다. 빠르게 지나쳐 가는 시간은 작업에서만큼은 마치 멈추어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면에 노출된 각각의 공간은 인적이 드물고 생명체가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풍경으로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이미지였을지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해 보게 한다. 어딘가에 구속되고 갇혀있는 느낌은 견고한 경계로 자신을 보호해 줄 것만 같은 안정성을 유발하면서 동시에 움직임을 제한하는 막연한 불안을 이끌어낸다. 작가의 시선으로 포착한 특정한 곳의 모습은 여러 가지의 재료로 표현되며, 각 재료가 가지는 물질적 특성과 접목하여 작가의 취지를 적합한 방식으로 나타내고 있다. 유화는 특유의 둔탁함과 밀도를 통해 건물의 내구성과 장소가 지니는 질감을 극대화한다. 연필과 파스텔은 기존의 쓰임이 제거된 채로 남아있는 공간을 드러내면서 선들의 중첩과 흑연의 반짝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기법은 건재해 보이는 겉모습 뒤로 폐허가 된 곳의 여백을 이중적으로 보여준다. 시아노타입은 자연광의 강도와 환경에 따라 색이 변화하는 현상을 이용한 소재로, 빛으로 인한 우연성과 자연스러운 효과를 자유분방하게 구현할 수 있다. 그림자로써 대상의 외피만을 가늠할 수 있는 실험을 통해 단절된 공간을 더욱 풍부한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수채 안료는 가장 무난하고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재료이기에 작가가 주변의 것들을 효과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작가가 기록하는 일상적 순간은 수채 고유의 수분감을 담으면서 장소의 공감각적 심상을 자극하는 예술로 변모한다.
작가는 폐쇄되어 사람의 관심 밖 영역에서 존재하는 공간을 표현한다. 나아가 정형화되지 않은 재료를 다각도로 분석하여 작품의 내적 의미를 구사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하면서 동일한 장소를 다채롭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한다. 소재의 물성과 특징은 한 가지로 국한되지 않고 화면에서 시각적으로 자유롭게 조성되면서 작품에서 나타나는 공간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두각화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낯설지 않은 이미지는 관객이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친숙한 곳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파생되는 낯섦과 신선함은 또 다른 차원의 심리를 마주하게 하는 예술적 장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제시하는 공간의 새로운 정의를 헤아려 보고 표면으로 보이는 것 너머에 다가가는 시간을 보내기를 희망한다. 작가가 공유하는 작업의 깊이감은 공간과 우리를 밀접하게 연결하면서 고요한 유대감을 만들어 낼 것이다.
터-2
종이에 파스텔, 연필, 64×47cm, 2024
신기루
종이에 연필, 34×45cm, 2024
수면
종이에 연필, 93×135cm, 2024
공터
종이에 파스텔, 연필, 31×47cm, 2024
Light-8
장지에 수채, 145×75cm, 2025
고해성사
종이에 시아노타입, 수채, 170×119cm, 2024
3. 작가 노트
김연호는 ‘폐쇄된 공간’에 집중한다. 그곳은 늘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동시에, 때에 따라 속박을 갈망하는 개인에게 특정한 장소로 기능한다. 김연호는 물리적 압박감이 느껴지는 단절된 공간을 안식처로 인식하며, 장소가 이끄는 힘에 주목한다. 폐쇄 공간의 개인적 속성을 강화하여 지쳐버린 현실의 숨구멍이 될 수 있는 내적 공간으로 인식한다.
한편, 공간의 폐쇄성은 물리적으로 단절된 구조 외에 제 기능이 어려운 현장에도 적용된다. 용도와 상관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거나 오롯이 역할을 위한 물질로서 위치할 때, 공간은 죽어있는 무덤이자 세계와 분리된 차원의 틈이 된다. 김연호는 이 틈 사이로 빠르게 흘러가는 현실과 반대로 멈춰있는 시간성을 발견한다. 이러한 공간들은 일상에 빈번히 노출되어 있는 대중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외딴 섬으로 전락한다. 그 순간 그는 안전한 울타리에 속박된 상태, 혹은 물속에 가라앉을 때의 마비된 감각을 느끼며 불안정함과 안락함을 동시에 마주한다.
주로 그는 주차장, 버려진 공터, 비공식 흡연구역, 대교 밑에서 그의 시선과 발걸음은 멈추고 이를 다양한 재료로 표출한다.
‘유화’의 터치와 색감을 사용하여 친숙했던 장소의 비건축적 풍경을 바라보며,
‘연필’과 ‘파스텔’을 사용하여 장소성을 상실한 공간의 형태를 옮겨 담는다. 겹쳐진 선들의 깊은 밀도감과 흑연의 반짝이는 순간들은 파스텔의 검은 배경 속에서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밝게 발현되었다가 곧 소멸한다. 연필과 파스텔로 제작한 <터> 시리즈들은 재개발이 중단된 고속버스터미널의 내부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멀쩡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철수된 상권으로 인해 유령도시가 된 모습에서 겉모습만 반짝이는 모순된 현상을 보여준다.
‘시아노타입’의 청사진 작업은 햇빛에 의한 약물의 감광 현상으로, 그림자를 통해서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조명할 수 밖에 없는 원리를 폐쇄된 공간에 응용하여 재료의 특성을 활용한다.
‘수채 물감’은 김연호에게 있어 일기장이자 드로잉이며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하는 재료로 사용된다. 수채화의, 수묵화에 조금 더 가까운, 물성을 이용해 모퉁이 같은 공간의 온도와 촉감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이런 여러 가지 재료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같은 공간을 가지고서도 다양하게 표출하려는 그의 의지이자 작업의 원동력이다. 재료의 특성을 공간과 긴밀하게 연결하고 그것의 방법이 많아질수록 작가는 작업의 깊이를 감각한다.
김연호가 정의하는 공간에서 새로이 열려있는 틈새는 그것을 경험한 적이 있거나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관객에게, 차가워 보이면서 따뜻한 내면을 지닌, 공간과 분리될 수 없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길 기대해 본다.
4. 작가 약력
김연호│YEONHO KIM
email│kyh000505ddd@naver.com
2025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2019 선화예술고등학교 졸업
개인전
2025 섬, 갤러리 도스, 서울
단체전
2024 아 다음의 아 졸업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
2024 INTER-RELATIONSHIP_ EXCA 2024, 선아트스페이스, 서울
2024 살, 한국예술종합학교 강태희 갤러리, 서울
2021 VISION_씨앗(서울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 연합동아리), 서울
2017 사이, 강동아트센터,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