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아 충북 청주시 상당구 alsdk5481@naver.com
(192) 예술 앞에 멈춰 선다는 것
우리는 흔히 ‘본다’는 행위를 무의식적이며 중립적인 지각의 과정으로 여긴다. 그러나 응시는 단순한 시각적 접촉을 넘어서, 세계에 대한 주체의 현존, 타자와의 관계가 발생하는 지점, 나아가 존재의 여백이 열리는 행위다. 미술관은 이러한 응시가 가능해지는 존재론적 공간이다. 전시장은 즉각적인 이해나 기능적 해석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유동적이고 다의적인, 지연된 의미의 흐름 속에서 사유가 발현될 수 있는 감각적·현상학적 장(場)을 제공한다.
미술관의 전시 공간은 단순히 작품이 놓이는 물리적 배경이나, 작품 수용 공간이 아니라, 사유의 공간으로서 전환의 시도이자 지각의 구조 자체를 드러내는 실존적 장면이다. 그 공간을 구성하는 작가는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각자의 몰입을 구체화한다. 이들의 작업을 관통하는 몰입이 곧 사유이고, 사유가 곧 실존의 제스처라는 공통의 인식이다. 그들의 행위는 응시받기를 기다리는 오브제를 넘어, 존재를 재현하고 동시에 생성하는 사건이다. 그 사건 속에서 관람자는 미학적 판단을 넘어서, 존재론적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전시 전경 ⓒ 청주시 우민아트센터
현대사회는 예술조차 소비되고, 감각은 효율적 판단의 수단으로 환원된다. 그러나 미술관은 비생산적이며, 목적 없는 응시가 허용되는 몇 안 되는 장소다. 이는 낭비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 존재의 본질에 다가가는 데 필요한 유예의 시간이다. 정답을 찾기보다, 다시 묻는 힘이 유지되는 장소, 그것이 미술관이 사유의 공간으로서 인간에게 필연적인 이유다.